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의 주요 생산지이다. 소맥과 옥수수의 생산 비중은 각각 14%, 5%에 불과하지만 수출 비중은 26%, 16%나 된다. 최근 러시아는 6월 말까지 밀,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에 대한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3월 들어 주요 곡물은 모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대비 옥수수/소맥 /대두/원당의 상승률은 각각 21.6%, 45.6%, 22.1%, 0.4%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소맥과 옥수수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은 10% 수준으로 높지 않고, 대부분 사료용으로 쓰인다. 현재 사료용 소맥의 경우 7월 말,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6월 중순까지 소요되는 물량을 확보(계약 물량까지 포함하면 각각 2023년 2월 말, 7월 말까지 확보)해놓은 상태이고, 수입선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또한 곡물의 투입 시기는 매입 시기 대비 약 3~6개월 정도 lagging 효과가 있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현재의 사태가 장기화되어 하반기 이후에도 곡물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음식료 기업들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의 곡물 가격 상승은 그 강도가 과거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1차 애그플레이션 시기(2006~08년)에는 신흥국 수요 증가와 기상 이변, 국제 유가 상승이 주요 원인이었고, 2차 애그플레이션 시기(2011~12년)에는 주요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었다. 두 기간 모두 재고 가 부족하여 곡물 가격이 폭등했다. 현재 곡물 재고율은 지난 몇 년 간 등락을 반복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그렸다. 곡물 재고율이 가장 하락한 소맥의 경우도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재고율이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애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 또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외 국가들이 재배 면적을 증 가시키며 곡물 가격 하향 안정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역설적으로 곡물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음식료 기업들의 가격 인상에 대한 명분을 정당화한다. 음식료 기업들은 2021년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 Cycle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곡물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하반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2년 연속으로 가격 인상을 할 수 있는 기업은 결국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여 가격 전가력이 월등한 업체가 될 것이다. 이에 CJ제일제당과 농심을 추천한다. 한편, 수입 원재료 비중이 낮고, 곡물 가격 변동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주류와 담배 기업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